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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제주 가는 길에


하늘에
그어버린 검은 선
하루를 떠나는
아픈 마음
저리 븕도록
아파할까

검붉은
선 위로 하루내 멍든
파란 하늘의 몸
서서히
식혀가며 남은 생명들을
어둠에 내몰고
떠나간다

구름에
가린 사이로
땅의 불빛들
구름 위로 긴 선을 그은
하늘의 불빛으로 수놓은
수평선(지평선)
흘러가는 구름 위로
걷지 않아도 흐르는
내 몸뚱이 하나

작은 흐린 점
하나 둘 빛을 내며
천천히 얼굴을 내미는
하늘과 땅의 절반
무엇을 올리고
내리지 않아도 나는
수평으로 날아간다
산을 그리고 강을
그리고 바다를 건너

꿈을 꾸던
유년의 기억 속에서
현실의 하늘을 다듬는
지금의 시간은 세월 이라는
세상의 꿀단지 안에
하나 둘 감추어 둔
곶감 처럼 하나 둘 꺼내어 간다

한 줄
한 줄 글이 늘어가는
시간의 흐름은
어느 덧 하늘의 색을
검은 수평선 하나에
화가 식어 버린 채
오늘을 떠난 태양의 소심한
마음처럼 희미한 검붉은 색을
지우고 있다

나는
하늘과
구름과 바람
그리고
별을 몰고 다가오는
하늘의 목동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 한다
땅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과 희열과
신들의 질투와 평화


지금 하늘을 가르며
창밖의 신들과 면접중이다.




제주행 KAL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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